딥시크의 신규 모델 업데이트는 최첨단 AI에 대한 접근성을 확대하는 동시에, 중국의 기술 도전을 둘러싼 글로벌 감시를 더욱 부각시키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딥시크(DeepSeek)가 자사 최대 규모인 6,850억 파라미터 AI 모델 ‘딥시크 V3.1’을 공개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출시가 미국 기업들과의 경쟁을 한층 격화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딥시크 V3의 업데이트 버전인 V3.1은 지난 20일 오픈소스 플랫폼 허깅페이스(Hugging Face)를 통해 별다른 홍보 없이 공개됐다. 그러나 초기 벤치마크 결과에 따르면 이 모델은 오픈AI와 앤트로픽(Anthropic)의 독점 모델과 동등한 성능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출시는 고도화된 AI 기능에의 접근성을 넓힐 수 있지만, 중국과 미국 간 글로벌 기술력 균형에 새로운 의문을 제기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특히 기업 IT 리더 입장에서는 그동안 미국 벤더 중심으로 운영돼 온 AI 도입 전략이 중국발 오픈소스 모델로 인해 재편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딥시크 V3.1 출시는 최근 오픈AI가 GPT-2 이후 처음으로 오픈웨이트 모델을 공개한 결정과도 맞물려 있다. 오픈AI는 높은 성능을 낮은 비용으로 제공하는 모델이라고 소개했다. 오픈AI CEO 샘 알트먼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딥시크를 포함한 중국발 오픈소스 모델과의 경쟁 심화가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알트먼은 또한 미국이 중국의 AI 기술 발전 속도와 규모를 과소평가하고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하며, 수출 제한 조치만으로는 장기적인 방어책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글로벌 AI 경쟁 구도 본격화
딥시크 모델은 방대한 파라미터 크기와 넓은 컨텍스트 윈도우를 바탕으로 개발자 및 글로벌 기업들의 주목을 받아왔다. 이번에 공개된 V3.1을 통해 딥시크는 기존 미국 기업이 장악해 온 프론티어 AI 영역에 한층 더 깊숙이 진입했다.
에베레스트 그룹(Everest Group)의 수석 애널리스트 오이시 마줌더는 “딥시크의 6,850억 파라미터 오픈소스 모델은 AI 기술을 범용 자산화하는 흐름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미국 기업들이 구축해 온 폐쇄형 모델의 진입장벽을 무너뜨리고 있다. 이제 오픈AI, 앤트로픽, 구글은 단순한 모델 크기가 아니라 신뢰성, 거버넌스, 엔터프라이즈 생태계 등에서 차별화를 이뤄야 한다”라고 말했다.
분석가들은 V3.1의 강점이 단순히 모델 크기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접근성 측면에서도 큰 매력을 지닌다고 평가했다. 딥시크가 프론티어 AI에 대한 접근 장벽을 낮추면서, 기업들이 오픈소스 모델에 기대하는 기준 자체를 재정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이버미디어리서치(Cybermedia Research) 산업 리서치 부문 부사장 프라부 람은 “딥시크가 개발자에게 프론티어급 AI 기능을 자유롭게 개방함으로써 기존의 경쟁 구도를 뒤흔들었다. 이제 모델 크기, 성능, 비용 측면에서 기준이 높아졌고, 독점적 구독 기반 AI 시스템에 의존해온 기존 기업들은 전략을 재정립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업계 관계자들은 차세대 모델 ‘R2’의 출시를 주목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딥시크는 화웨이(Huawei) 칩으로 훈련을 마치지 못해 출시가 지연됐으며, 결국 훈련은 엔비디아(Nvidia) 하드웨어로 전환하고, 추론에는 화웨이 칩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계획을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 도입 가능성과 리스크
분석가들은 딥시크 V3.1이 미국 시장에서 즉각적인 변화를 일으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 내 기업들은 여전히 자국 벤더가 제공하는 심층 통합 플랫폼과 기업용 기술 지원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옴디아(Omdia)의 수석 애널리스트 리안 지 수는 “딥시크 같은 모델이 미국 시장에서 입지를 확보하려면 2가지 변화가 필요하다. 우선 지정학적 긴장이 완화돼야 하고, 이후에는 딥시크가 메타, 미스트랄, 엔비디아 등 서구 오픈소스 모델보다 특정 기업 사용례에서 눈에 띄게 뛰어난 성능을 입증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미국 외 지역에서는 딥시크의 유연한 오픈소스 라이선스 정책이 CIO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람은 내부 AI 개발을 가속화하고 비용을 절감하며, 커스터마이징과 자체 호스팅을 통해 더 많은 제어권을 확보하려는 IT 리더에게 딥시크의 접근 방식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람은 “하지만 이 모델은 규모가 워낙 방대해 막대한 컴퓨팅 자원이 필요하다. 도입을 고려하는 기업은 인프라 요건은 물론, 규제 리스크와 수출 제한 사항까지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카운터포인트 리서치(Counterpoint Research)의 리서치 부문 부사장 닐 샤는 딥시크가 앤트로픽의 클로드 소넷 4(Claude Sonnet 4)와 같은 고급 모델이 제공하는 지원, 보안, 컴플라이언스 기준을 충족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보다 광범위한 전략적 쟁점은 단순한 기술 도입 여부가 아니라, 글로벌 기술 주도권의 이동이라는 더 큰 흐름에 있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반도체, 운영체제, 클라우드 인프라 등에서 우위를 점해왔지만, 중국은 제재에도 불구하고 AI 분야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샤는 “딥시크가 기술 역량을 고도화하는 데 성공한 것은 지정학적 제약과 무관하게 양국이 기술 혁신을 향한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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